상속세는 0원이었는데 양도세가 2억9천만원 나왔습니다
상속세 신고 때 세무서가 정한 재산가액은 나중에 그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이 됩니다. 세금이 0원이라 다투지 않고 넘어간 그 금액이 몇 년 뒤 양도세로 돌아옵니다. 대법원은 2026년 8월 12일 두 건의 부산 사건에서, 그 결정가액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경우에만 취득가액으로 의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글 · 박성일 세무사 (세무법인한영 서면지점 대표세무사)

핵심 요약
- 01상속받은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세무서가 결정·경정한 가액으로 의제됩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 02대법원은 그 의제가 결정가액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한정했습니다.
- 03상속세가 0원이어서 불복할 이유가 없었던 납세자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 04소급감정도 객관적·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상속 당시 시가를 적정히 반영하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냈는데 몇 년 뒤 양도소득세가 3억 가까이 나왔습니다. 억울해 보이지만 법 문언대로 계산하면 그렇게 됩니다.
숨어 있는 조문 하나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입니다. 상속받은 자산을 팔 때의 취득가액은 상속개시일 현재 상증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으로 보되, 괄호 안에 이런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같은 법 제76조에 따라 세무서장등이 결정·경정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결정·경정한 가액으로 한다.
짧은 괄호지만 힘이 셉니다. 내가 신고한 금액이 아니라 세무서가 정한 금액이 훗날의 취득가액이 된다는 뜻입니다.
왜 문제가 되나
상속세가 0원이면 아무도 그 결정가액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낼 세금이 없으니 다툴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조용히 남아 있다가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으로 되살아납니다.
부산에서 벌어진 일
2019년 1월 부산의 부동산을 상속받은 사례입니다. 상속인은 5억 6,256만원으로 신고했고, 기초공제 범위 안이라 상속세는 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세무서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재산가액을 2억 1,605만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신고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세금이 0원이니 상속인은 이 결정을 다투지 않았습니다.
2020년 이 부동산을 10억 1,100만원에 팔았습니다. 세무서는 취득가액을 2억 1,605만원으로 보고 양도소득세 2억 9,325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상속인은 소급감정을 받아 상속 당시 시가가 7억 2,970만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금액이 취득가액이 되었다면 양도차익이 5억원 넘게 줄어듭니다.
같은 날 두 건
대법원은 2026년 8월 12일 비슷한 쟁점의 두 사건을 함께 선고했습니다. 두 건 모두 부산 사건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2014년 12월 상속받은 부산의 논 1,064㎡였습니다. 세무서 결정가액은 7,108만원, 2021년 11월 매도가액은 2억 6,870만원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유사재산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세운 기준

핵심은 첫 번째입니다. 시행령의 의제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고, 세무서가 정한 그 가액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경우에만 취득가액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거는 납세자의 절차적 지위였습니다. 상속세가 0원이면 그 결정에 불복할 실익이 없습니다. 다툴 기회가 사실상 없었던 처분을 몇 년 뒤 다른 세목에서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소급감정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하급심은 소급감정을 대체로 배척해 왔는데, 대법원은 객관적·합리적으로 평가되어 상속 당시 시가를 적정히 반영한다면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만능은 아닙니다
소급감정이면 무조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조건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요건을 못 갖춘 소급감정은 여전히 배척됩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오래전 상속받은 부동산을 파실 계획이라면, 매도 계약 전에 상속세 결정 내역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세금을 안 냈더라도 결정가액은 남아 있습니다.
부산에서 상담하며 드리는 말씀
이런 상담을 실제로 자주 받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땅이나 집을 오래 갖고 계시다가 파실 때 세금이 예상의 몇 배로 나오는 경우입니다. 대부분 원인이 같습니다. 상속 당시 공시지가로 신고했고, 그때는 상속세가 없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 판결로 그런 사안에 다툴 길이 열렸습니다. 다만 길이 열린 것이지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 당시 시가를 보여줄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미 양도세를 내신 분이라면 경정청구 기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두 사건 모두 경정청구 또는 부과처분을 다툰 사안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상속을 받으실 분들께는 순서를 하나 권합니다. 상속세가 0원이 나오는 경우에도 감정평가를 받아둘지 한 번은 따져보시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속세와 훗날의 양도세를 저울에 올려 보는 문제인데, 상속공제 범위 안이라면 대체로 감정평가 쪽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상속세를 안 냈는데도 세무서 결정가액이 있나요?
- 있습니다. 세금이 0원이어도 세무서는 재산가액을 결정합니다. 그 금액이 훗날 양도세의 취득가액이 됩니다.
- Q. 이번 판결로 무조건 감정가액이 인정되나요?
- 아닙니다.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경우에 한합니다. 요건을 못 갖춘 소급감정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습니다.
- Q. 이미 양도세를 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 경정청구 기간이 남아 있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속 당시 시가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 Q. 유사재산 매매사례가액은 어느 정도로 비슷해야 하나요?
- 면적이나 위치에 차이가 있어도 전체적으로 동일·유사하여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면 됩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 상속 다음 달의 인근 토지 거래가액이 인정되었습니다.
- Q. 지금 상속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 상속세가 없더라도 감정평가를 받아둘지 검토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취득가액이 높게 잡히면 훗날 양도세가 줄어듭니다.
출처
-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2두67357 판결
-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147 판결
-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제66조, 제76조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상속세 신고할 때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할까요감정평가를 받으면 상속세는 늘지만 훗날 양도소득세는 줄어듭니다. 상속공제 범위 안에서 상속세가 나오지 않는 구간이라면 감정평가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기관 수, 기준시가 10억원 기준, 시가불인정 감정기관 지정까지 현행 규정을 정리했습니다.
- 상속받은 땅을 팔았더니 상속세가 다시 나왔습니다상속받은 부동산을 몇 달 뒤 팔면 그 매매가액이 상속 당시 시가로 잡혀 상속세가 추가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상속개시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하지 못했다면 그 매매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세무서가 감정평가를 의뢰해 상속세를 더 내라고 합니다상속세를 기준시가로 신고했더니 세무서가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더 물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이런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려면 상속개시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고 그 증명은 과세관청이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유류분으로 1억을 돌려줘도 양도세 필요경비는 아닙니다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땅을 판 뒤, 형제들의 유류분 청구로 1억원을 돌려준 사건입니다. 남은 것이 없으니 양도소득도 없다고 다투었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반환액도 소송비용도 필요경비가 아니고,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유류분 비율만큼 차감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 상속재산 협의분할 2026 총정리 — 등기 후 다시 나누면 증여세, 언제까지 나눠야 하나상속재산 협의분할이란 공동상속인 전원이 협의해 상속재산을 누가 얼마나 가질지 정하는 것으로(민법 제1013조 제1항), 분할의 효력은 상속개시 때로 소급하므로(제1015조) 처음 나눌 때는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나눠도 증여가 아니지만, 등기 등으로 각 상속인의 상속분이 확정된 뒤 다시 나눠 당초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한 재산은 상속분이 줄어든 상속인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분할한 경우와 무효·취소 등 시행령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이고, 취득세는 기한 안에 재분할 취득과 등기를 모두 마쳐야 증여 취득에서 빠집니다(지방세법 제7조 제13항). 납세자가 모두 진 조세심판원 결정 세 건과 해운대 아파트 10억원·예금 2억원 가상 계산(신고기한 안 협의분할 3,929만원, 법정상속분으로 나눈 뒤 기한 지나 재분할 1억 4,276만원)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취득·양도 시기와 재산의 종류,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신고 전에는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