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얻어준 전세, 빌린 돈이 아니라 빌린 집입니다
어머니가 두 아들이 살 전셋집을 본인 명의로 계약하고 보증금도 직접 냈습니다. 국세청은 아들들이 돈을 무이자로 빌린 것(연 4.6%)으로 보아 증여세를 매겼지만, 조세심판원은 임차권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경정했습니다. 계약서에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느냐가 결론을 갈랐습니다.
글 · 박성일 세무사 (세무법인한영 서면지점 대표세무사)

핵심 요약
- 01부모가 자녀 전셋집을 본인 명의로 계약하고 보증금을 직접 내면, 보증금반환청구권은 부모에게 남습니다.
- 02그 경우 자녀가 받은 것은 돈이 아니라 그 집을 쓸 권리입니다. 상증세법 제42조 용역 무상제공으로 봅니다.
- 03부모가 그 집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제37조 부동산 무상사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 04반대로 자녀 계좌로 돈을 보내 자녀 명의로 계약하면 제41조의4 금전 무상대출이 되어 연 4.6%로 계산됩니다.
- 05당사자가 고른 법률관계는 조세회피를 위한 가장거래라는 근거가 없는 한 과세관청이 뒤집을 수 없습니다.
자녀가 결혼하거나 독립할 때 부모가 전세를 얻어주는 일은 흔합니다. 그런데 이 흔한 일이 세법에서는 전혀 다른 세 갈래로 갈립니다.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집을 쓰게 해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이 갈림길을 정면으로 다룬 결정이 올해 나왔습니다.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의 판단이 갈린 사건입니다.
어머니가 얻어준 전세, 6년 뒤의 결론

어머니가 2020년 봄, 두 아들이 각각 살 집의 전세계약을 맺었습니다. 서초와 강남에 한 채씩이었습니다. 계약서의 임차인은 어머니였고, 보증금도 어머니 계좌에서 집주인에게 직접 나갔으며, 확정일자도 어머니 이름으로 받았습니다. 정작 어머니는 그 집에 살지 않았고 두 아들이 각각 약 3년을 살았습니다.
2023년 4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들들은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그 3년치에 대해 스스로 증여세를 기한후신고했습니다. 「남의 부동산을 공짜로 썼다」고 보고 상증세법 제37조로 계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속세 조사에 들어간 서울지방국세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실질을 보면 어머니가 아들들 대신 보증금을 내준 것이니, 아들들이 돈을 무이자로 빌린 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41조의4를 적용해 연 4.6%로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했습니다.
세 조문 중 어느 것이 걸리느냐

세 조문이 노리는 장면이 각각 다릅니다. 제37조는 내 소유 부동산을 남이 공짜로 쓰는 경우, 제41조의4는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경우, 제42조는 그 밖에 재산이나 용역을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이 사건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결정문에 보증금과 세액이 모두 가려져 있어 얼마가 줄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적용 조문이 바뀌면 계산의 기준도, 곱하는 비율도 달라진다는 점은 표에서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결론을 가른 것은 계약서의 이름이었습니다

심판원이 먼저 확인한 것은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였습니다. 어머니가 계약했고, 어머니가 돈을 냈고, 어머니 이름으로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그 집을 쓰고 수익할 권리는 어머니에게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쟁점전세주택의 사용·수익권자라고 보이고 청구인들은 피상속인으로부터 그 사용·수익권을 증여받아 무상으로 사용·수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들들이 받은 것은 돈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다만 어머니가 그 집의 소유자는 아니므로 제37조도 쓸 수 없습니다. 남는 것이 제42조 용역 무상제공입니다.
심판원이 덧붙인 대목이 실무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사용·수익권을 준 것과 돈을 빌려준 것은 법적 형식도 효과도 다르고, 무엇보다 돌려받을 가능성이 다릅니다. 어머니가 계약 당사자로 남아 확정일자까지 받아둔 것은 돈을 떼이지 않으려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조세회피를 위해 꾸며낸 거래라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당사자가 고른 법률관계를 과세관청이 마음대로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질과세 원칙은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대법원도 여러 법률관계 중 하나를 고를 자유를 인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선택을 존중하라고 합니다. 증명책임이 어디 있는지를 다시 확인해 준 결정입니다.
실무에서 확인하실 것

결론은 단순합니다. 자녀에게 돈을 보내지 마십시오. 부모 명의로 계약하고, 부모 계좌에서 집주인에게 직접 보내고, 부모 이름으로 확정일자를 받으십시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이 사건과 같은 그림이 됩니다.
반대로 돈을 자녀 계좌로 옮기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자녀가 계약 당사자가 되고, 부모가 준 것은 돈이 됩니다. 제41조의4가 적용되고, 더 나아가 증여 자체로 볼 여지도 생깁니다.
증여세가 아예 안 나오는 길은 아닙니다. 제42조도 기준금액 1천만원을 넘으면 과세됩니다. 다만 어느 조문이 걸리느냐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고, 그 차이는 계약서를 쓰는 시점에 정해집니다.
같은 결정에서 하나 더
이 결정에는 실무에 유용한 판단이 하나 더 담겨 있습니다. 상속재산에 사전증여재산을 더해 상속세를 매기면서, 그 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가 아직 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세 산출세액을 공제해 주지 않은 처분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심판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상증세법 제28조는 「증여세 납부세액」이나 「부과세액」이 아니라 「증여세 산출세액」을 공제한다고 적고 있고, 이 조항의 취지가 이중과세를 막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경정청구로 돌려받으면 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부산에서 상담하며 드리는 말씀
자녀 전세 문제로 오시는 분들께 가장 먼저 여쭙는 것이 「돈이 어느 계좌로 갔습니까」입니다. 이미 자녀 계좌를 거쳐 나갔다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계약 전에 한 번 물어보셨다면 달라졌을 일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대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상속세 조사에서 드러납니다. 몇 년 전 일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때 설명할 재료는 그 시점에 남긴 서류뿐입니다.
전세를 얻어주실 계획이 있으시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한 번 상의해 주십시오. 이름 하나 어디에 적느냐로 정리되는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부모 명의로 계약하면 증여세가 아예 안 나오나요?
- 아닙니다. 제42조 용역 무상제공으로 과세됩니다. 다만 적용 조문이 달라지면 계산 기준과 비율이 달라집니다. 그 이익이 기준금액 1천만원 미만이면 제외됩니다.
- Q. 부모 소유의 집에 자녀를 살게 하면 어떻게 되나요?
- 그때는 제37조 부동산 무상사용입니다. 부동산가액에 연 2%를 곱해 5년치를 환산하며, 기준금액은 1억원입니다. 다만 소유자와 함께 사는 주택과 그 부속토지는 제외됩니다.
- Q. 전세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하고 차용증을 쓰면 되나요?
-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차용증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의 실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직계존비속 사이에서는 더 엄격하게 봅니다. 인정되더라도 무이자라면 제41조의4가 적용됩니다.
- Q. 세 조문이 동시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 상증세법 제43조에 따라 이익이 가장 크게 계산되는 하나만 적용합니다. 중복해서 과세하지는 않습니다.
- Q. 이미 자녀 명의로 계약해 버렸는데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나요?
- 계약 갱신 시점에 명의를 정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지난 기간에 대한 과세는 그대로 남으므로, 지난 부분과 앞으로의 부분을 나누어 보셔야 합니다.
출처
- 조세심판원 조심 2025서3447 (2026. 7. 15. 일부 인용)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8조, 제37조, 제41조의4, 제42조, 제43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7조, 제31조의4, 제32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제10조 (부동산 무상사용 이익률 연 2%)
-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 제2항 (당좌대출이자율 연 4.6%)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과세요건사실의 증명책임)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관계의 존중)
- 대법원 2017. 5. 26. 선고 2017두35738 판결 (증여세액 공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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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취득·양도 시기와 재산의 종류,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신고 전에는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