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한영서면지점
증여세

부부끼리 계좌를 빌려줬을 뿐인데 증여세가 나왔습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된 배우자가 국내 주식을 살 수 없어 아내 명의 증권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3년 뒤 자금출처조사에서 이 이체가 드러나 증여세가 고지되었고, 조세심판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부부 사이의 계좌이체는 그 자체로 증여로 추정되며, 아니라는 증명은 납세자가 해야 합니다.

글 · 박성일 세무사 (세무법인한영 서면지점 대표세무사)

부부 간 계좌이체와 증여추정 — 조세심판원 조심 2026소0312

핵심 요약

  • 01실명계좌에 들어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됩니다. 돈을 넣어준 사람이 아니라 계좌 주인의 것으로 봅니다.
  • 02증여자 명의 예금이 상대 계좌로 옮겨진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로 추정되고, 다른 목적이었다는 증명은 납세자 몫입니다.
  • 03「이름만 빌려줬다」, 「부부라 문서를 안 썼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추정이 깨지지 않습니다.
  • 04이체와 실제 사용 사이의 시차, 매수 종목이 원래 내 투자와 겹치는지가 판단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 05배우자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6억원입니다. 한도가 남아 있다면 증여로 신고하는 편이 분쟁 소지가 없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부부 사이인데 그게 무슨 증여냐」는 것입니다. 생활비를 보내고, 대출을 대신 갚아주고, 한쪽 계좌로 몰아서 관리하는 일은 어느 집에나 있습니다. 그런데 세법은 그 상식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부부 사이 계좌이체가 증여로 과세된 최근 사건 하나를 보겠습니다. 사정이 딱한 축에 속하는데도 결론은 기각이었습니다.

이체 한 번이 3년 뒤에 돌아왔습니다

부부 간 계좌이체에서 증여세 고지, 심판청구 기각까지의 경과

남편은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2021년 말에 한국 국적을 잃으면서 외국인투자자 등록을 하지 않고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22년 9월, 아내의 증권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아내 이름을 빌려 투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3년 가까이 지난 2025년 봄,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내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들여다보는 자금출처조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이체가 드러났고, 2025년 9월 증여세가 고지되었습니다. 아내는 불복했지만 조세심판원은 2026년 6월 기각했습니다.

돈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아내는 그 돈으로 산 주식을 팔지도, 빼내지도 않았습니다. 심판원도 「별도로 사용·소비하거나 이체·출금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섯 가지 주장이 모두 막혔습니다

청구인의 다섯 가지 주장과 조세심판원의 판단 비교

청구인은 논리를 꽤 촘촘하게 짰습니다. 민법 제830조와 제831조를 들어 그 주식은 남편의 특유재산이라고 했고, 부부 사이에 위탁관리 계약서를 쓰는 집이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오히려 문서가 있었다면 그게 증여를 의식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이체 후 석 달이 비어 있는 것도 설명했습니다. 2022년 9월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직전이라 시장이 흔들리던 때였고, 저점을 확인하고 12월에 분할매수한 것은 합리적인 투자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분청이 내민 사실 두 가지가 무거웠습니다. 하나는 남편이 이미 국내 증권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때 산 종목이 아내가 2020년 11월부터 사 모으던 주력 종목이었다는 것입니다. 남편의 독자적인 투자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됩니다.

추정이 세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금융실명법과 상증세법, 대법원 판례가 겹쳐 만드는 증여추정 구조

이 사건의 뼈대는 법리 다툼이 아니라 증명책임의 위치입니다. 금융실명법이 계좌 주인의 소유로 추정하고, 상증세법이 그 재산을 명의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하고, 대법원 판례가 이체된 돈을 증여로 추정합니다. 세 개가 같은 방향으로 겹칩니다.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과 납세자 명의로의 예금 등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에 대한 증명의 필요는 납세자에게 있다.

대법원 99두4082와 96누3272가 세워 둔 기준입니다. 과세관청이 「이건 증여다」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증여가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출발선이 다릅니다.

청구인도 이 점을 알고 유리한 선례를 들었습니다. 부부 간 계좌이체와 형식적 입금만으로는 증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5두41937과 조세심판원 결정례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반론이 아니라 그 추정을 깰 구체적·객관적 자료가 있느냐가 갈림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확인하실 것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체하기 전 확인할 사항

가장 먼저 보실 것은 「그 사람 명의로 직접 할 수 있는 일인가」입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이 이미 국내 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청구인 주장의 전제를 흔들었습니다. 굳이 남의 이름을 쓸 이유가 없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음은 서면입니다. 부부 사이에 계약서를 쓰는 것이 어색하다는 말씀은 이해합니다. 다만 추정을 깨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서류입니다. 목적과 조건을 적은 한 장, 그리고 그 목적대로 실제로 집행한 기록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차도 중요합니다. 돈을 보내고 바로 쓰면 설명할 것이 적지만, 몇 달이 비면 그 사이를 모두 설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석 달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그래서입니다.

가장 확실한 길은 따로 있습니다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6억원입니다. 한도가 남아 있다면 증여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깨끗합니다.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 자체가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자금출처를 설명할 때 그것만 한 증빙이 없습니다.

이 사건의 부부도 앞서 두 차례 증여하면서 6억원 한도를 거의 써 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증여가 아니라고 다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읽힙니다. 한도 관리를 10년 단위로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부산에서 상담하며 드리는 말씀

자금출처조사는 대개 부동산에서 시작합니다. 집을 사면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묻고, 답을 맞추다 보면 몇 년 전 계좌이체까지 올라갑니다. 이 사건도 부동산 취득자금을 보다가 3년 전 이체가 걸린 경우입니다.

그러니 집을 사실 계획이 있으시면 그 전에 계좌를 한 번 정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나 자녀와 오간 큰 금액이 있으면 각각 무엇이었는지 지금 정리해 두십시오. 몇 년 뒤에 기억으로 설명하는 것과 그때 남긴 기록으로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이미 조사 통지를 받으셨다면 소명자료를 혼자 만들지 마십시오. 사실은 같아도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부 사이에 생활비를 보내는 것도 증여인가요?
통상적인 생활비는 상증세법 제46조에서 비과세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쓰지 않고 예금이나 주식, 부동산으로 남겨두면 그 부분은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액수와 실제 쓰임이 기준입니다.
Q. 배우자 계좌로 잠깐 옮겼다가 다시 가져오면 괜찮나요?
돌려받는 행위 자체가 다시 증여로 평가될 수 있어 오히려 복잡해집니다. 이 사건의 청구인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옮기기 전에 성격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Q. 빌려준 것이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차용증과 이자 지급, 원금 상환의 실제 기록이 필요합니다. 특히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사이에서는 요건을 더 엄격하게 봅니다. 서류만 있고 실제 상환이 없으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10년간 6억원은 한 번에 다 써야 하나요?
나누어 써도 됩니다. 다만 10년 단위로 합산하므로 그 기간 안에 준 금액을 모두 더해 한도를 따집니다. 언제 얼마를 줬는지 기록을 남겨두셔야 합니다.
Q. 증여세가 0원이어도 신고해야 하나요?
공제 범위 안이라 낼 세금이 없어도 신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신고 기록이 나중에 자금출처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빙이 됩니다.

출처

  • 조세심판원 조심 2026소0312 (2026. 6. 15. 기각)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45조 제1항·제4항, 제46조, 제53조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항
  • 민법 제830조 제1항, 제831조
  • 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두4082 판결
  •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누3272 판결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취득·양도 시기와 재산의 종류,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신고 전에는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